한국인터넷뉴스영남협회 김진우기자
공공기관 인사는 대체로*조직 개편·사업계획(연초)*예산 집행·성과평가(연말) 흐름과 맞물려 상·하반기 정기 인사로 운영된다. “연 1회로는 적체를 풀기 어렵고, 수시 인사만으로는 기준이 흐려진다”는 인식 속에서 정기 인사를 두 차례로 쪼개 ‘안정’과 ‘기동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방식이다.
문제는 제도가 ‘운영’으로 내려오는 순간이다. 인사 기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이번엔 누구 라인이 유리하다” 같은 소문이 조직을 지배하면, 정기 인사는 ‘관리 도구’가 아니라 ‘불신의 생산 장치’가 된다.
문제점 1: 인사철마다 흔들리는 업무 연속성
연 2회 인사는 짧게는 6개월 단위로 보직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사업이 장기 과제일수록, 담당자의 축적된 맥락이 사라지면서 “처음부터 다시”가 반복된다. 특히 대외 협업이 많은 부서(민원, 사업 발주·계약, 지역 협력, 복지·현장 사업)는 인수인계의 품질이 곧 성과로 직결된다.
연속성 저하: 사업 기획–집행–점검–환류가 한 사람의 손에서 이어지기 어렵다.
책임의 분산: 결과가 좋지 않아도 “전임 때 설계” “후임 때 집행”으로 책임이 흐려진다.
행정 비용 증가: 인수인계 문서, 내부 보고 라인 재정비, 대외 관계 재구축에 시간이 투입된다.
문제점 2: ‘평정’과 ‘평판’이 뒤섞일 때 생기는 불신
공공기관 인사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은 공정성이다. 성과 기반을 표방하더라도 실제로는
*상급자 주관
*정량지표의 한계
*비공식 평판의 영향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여기서 ‘관행’이 작동한다.
상급자 평가 편중: 다면평가가 있더라도 승진·보직의 결정권이 특정 라인에 집중되면 체감 공정성은 낮아진다.
정량지표의 함정: 숫자로 잡히는 실적은 유리하고, 위험 관리·조정·민원 대응 같은 ‘보이지 않는 노동’은 과소평가되기 쉽다.
소문이 기준을 대체: 기준이 공개·설명되지 않을수록 “누가 밀어줬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이 단계에서 조직은 인사를 ‘동기부여’로 받아들이지 않고, ‘줄서기’의 결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문제점 3: 순환보직의 빛과 그림자—전문성의 공백
공공기관은 ‘부패 방지’와 ‘조직 학습’을 위해 순환보직을 넓게 적용해 왔다. 한 부서에 오래 머무르면 관행이 굳고 이해관계가 생긴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한 순환은 전문성 축적을 막는다.
전문 분야(계약·법무·회계·안전·시설·데이터 등)는 경험이 곧 리스크 관리 역량인데, 잦은 이동은 학습 시간을 늘리고 시행착오를 반복시킨다.
현장 안전·감사 대응 같은 분야는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성과인데, 인사로 경험이 끊기면 위험이 커진다.
찬성 논리: “연 2회 인사가 있어 조직이 산다”
연 2회 인사를 옹호하는 쪽은 세 가지를 말한다.
적체 해소와 승진·보직 기회 확대
연 1회 인사로는 대기 인력의 불만이 누적되고, 성과 보상의 타이밍이 늦어진다는 주장이다.
조직 기동성
사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연 2회 조정은 “필요한 곳에 사람을 빨리 넣는” 안전장치가 된다. 예산·사업의 편차가 큰 조직일수록 인력 재배치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패·유착 예방
장기 근무가 이해관계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적 순환은 내부통제 수단이 된다.
반대 논리: “연 2회 인사는 업무를 쪼개고 책임을 흐린다”
반대 측은 ‘성과’와 ‘책임’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정책·사업의 연속성 파괴
반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면 성과평가가 사실상 ‘운’이 된다.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야 하니 단기 실적 중심으로 기획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인수인계 비용이 성과를 잠식
정기 인사가 많을수록 조직은 ‘일’보다 ‘이동’에 에너지를 쓴다.
공정성 논란의 상시화
인사가 잦을수록 ‘해석’이 늘고, 그만큼 소문·불신이 조직을 잠식한다. 공정성 체감은 제도보다 ‘설명’에 달렸는데, 그 설명이 부족하면 정기 인사는 불씨가 된다.
개선 방향: 횟수보다 ‘원칙·데이터·설명’이 먼저다
현실적으로 연 2회를 당장 연 1회로 줄이기 어렵다면, 핵심은 인사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음은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개선안들이다.
1) 보직 최소임기제 도입(예: 1년 원칙, 예외만 제한적)
정기 인사를 하되, 핵심 사업·전문 직무는 최소 1년 이상을 원칙으로 두면 연속성을 지킬 수 있다. 예외 사유(징계·건강·조직개편 등)를 명문화해 ‘특혜’ 논란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2) 직무 중심 인사로 전환: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보직을 ‘자리’가 아닌 ‘직무’로 정의하고, 필요한 역량·자격·경력을 기준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직무기술서(업무 내용·필요 역량·성과지표)를 정비하면 인사는 덜 흔들리고, 이동의 설득력도 높아진다.
3) 다면평가의 실효성 강화 + 정성평가의 표준화
다면평가를 하더라도 “참고자료”에 그치면 체감 공정성이 낮다. 반대로 정성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해법은 정성평가의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예: 민원 대응 품질, 협업 기여, 리스크 관리, 현장 안전 점검 등 항목을 구체화해 평가자의 재량을 줄인다.
4) 인사 결과 ‘설명 책임’ 제도화
인사가 납득되지 않을 때 조직이 흔들린다.
보직 이동 사유의 범주를 공개(개인정보·징계 등 민감 정보 제외)
본인에게는 최소한의 피드백 제공(강점·개선점)
부서 단위로는 인력 배치 원칙을 공지
이 ‘설명’이 누적되면, 소문이 기준을 대체하는 구조가 약해진다.
5) 인수인계 의무화와 체크리스트 표준
인사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면 인수인계가 ‘문화’가 아니라 ‘제도’여야 한다. 핵심 사업 현황, 대외 협력 창구, 리스크 리스트, 계약·예산 진행표 등을 표준 양식으로 관리하면 “사람이 바뀌어도 사업은 간다”는 신뢰가 생긴다.
‘횟수’ 논쟁을 넘어, 공정성과 연속성의 설계로
연 2회 인사는 공공기관이 안정과 유연성 사이에서 택한 타협의 산물이다. 그러나 관행이 굳어 “왜 이 사람이 이 자리인가”에 대한 설명이 사라지면, 인사는 조직의 엔진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횟수 조정이 아니라, 직무 중심의 원칙·데이터 기반의 평가·설명 책임·인수인계 표준이라는 4가지 축이다.
공공기관의 인사는 내부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흔들리면 행정 서비스의 품질이 흔들리고, 결국 그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간다. ‘연 2회 인사’가 관행의 굴레를 벗고 신뢰의 제도로 자리 잡을 때, 공공기관의 성과와 책임도 비로소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