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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신고, 제도는 있는데 보호는 부족하다

한국인터넷뉴스영남협회 김진우기자 

 

형식적 절차를 넘어, 학생의 ‘지금’을 지키는 실질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학교폭력은 더 이상 개별 학생 간의 단순한 갈등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육현장 전체의 신뢰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회적 의제이며, 피해 학생의 삶을 장기적으로 흔드는 구조적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학교폭력 신고 및 처리 시스템은 여전히 ‘절차 중심’에 머물러 있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학생의 현재와 회복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는 형식적 공정성만을 강조하는 틀을 넘어,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와 회복을 중심에 둔 전환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해당 법률은 학교폭력의 정의, 신고 절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신고-조사-심의-조치라는 일련의 절차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이 ‘신속성’과 ‘피해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는 신고 이후 초기 대응의 미흡이다. 법은 학교장과 교직원에게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요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이유로 대응이 지연되거나, ‘상호 갈등’으로 축소 해석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같은 공간에서 가해 학생과 계속 마주해야 하고, 2차 피해에 노출된다. 즉,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행의 온도는 낮다.

 

두 번째는 조사 및 심의 과정의 구조적 한계다. 학교 내부 또는 교육지원청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조사 과정은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학교의 평판이나 민원 부담을 고려한 ‘사안 축소’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또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형식은 갖추고 있지만,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나 장기적 회복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건 처리’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로, ‘피해 회복’이라는 본질적 목적과 괴리가 발생한다.

 

세 번째는 피해 학생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체계적 보호 부족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신체적 피해를 넘어, 불안·우울·대인기피 등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남긴다. 

 

그럼에도 상담 지원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단기 프로그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 심리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특히 보호자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지금 안전한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 방향이 요구된다.

 

첫째, 초기 대응 단계에서 ‘즉시 분리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신고 접수 즉시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물리적·시간적 분리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사실관계 확정 이전이라 하더라도 적용 가능한 예방적 조치로,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

 

둘째, 조사 구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학교 단위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 또는 광역 단위의 독립적 조사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판단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조사 인력의 전문성(특히 아동·청소년 심리, 갈등 중재을 강화하여 단순 사실 확인을 넘어 상황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피해 학생 중심의 회복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 단기 상담이 아닌 장기적 심리 치료, 학습 지원, 또래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필요 시 의료·복지기관과 연계한 다층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피해 학생의 삶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공적 책임이다.

 

넷째, 교사와 학교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교사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초기 감지자이자 보호자다. 따라서 학교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 연수와 매뉴얼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신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도 교사의 판단이 소극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장은 사건의 ‘관리자’가 아니라 ‘책임자’로서, 피해 학생 보호에 대한 최종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다섯째, 관계 기관 간 협력 체계를 실질화해야 한다. 교육청, 경찰, 아동보호기관 등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현재는 정보 공유와 협력이 단절된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합하는 상시 협의체를 운영하여 사건 초기부터 공동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대한 사안의 경우, 단일 기관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는 다기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 학생과 그 가족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이며, 그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도의 공정성 이전에 ‘우리 아이가 지금 보호받고 있는가’가 가장 절박한 문제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어떤 제도도 완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학교폭력 대응은 더 이상 형식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다. 이제는 기록과 처분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호와 회복 중심의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 한 명의 안전이 지켜질 때, 비로소 학교는 교육의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